“논산훈련소 중창불사는 군 포교 기폭제”
지난해 수계법회 8만 명 넘어… 꾸준한 후원에 감사”
2000년 간이식 새 삶 시작… “남은 여생 군포교 헌신”
국군의 군종제도가 시작된 것은 1951년 육군본부 인사국 내‘군승과’(軍僧科)가 생기면서 부터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 ‘군승과’라는 이름과 달리 군승은 한명도 선발되지 못했다. 그 후 17년이 지난 1968년에 이르러 군승 1기 5명이 탄생하며 불교의 군 포교는 시작됐다. 군 포교 서막이 1968년이라면 조계종 군종교구가 출범한 2005년은 군 포교 발전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일선 장병부터 최고 지휘관까지 불자 모두를 한데 묶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초대 교구장으로 부임해 고무신이 닮도록 현장중심 포교를 펼쳐온 일면스님에게 군종교구의 나아갈 길과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스님께서는 언제나 군 장병들에게 초코파이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며 현장중심의 포교를 펼쳐오셨습니다. 지난해 군종교구 활동을 평가한다면?
2005년 7월에 군종교구가 출범하고 난 후 2006년 수계법회 인원은 3만 4천여 명이였습니다. 2년이 지난 올해 수계법회 인원은 8만 7천여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정말 괄목할 만한 성과죠. 내가 열심히 한 것이 아니라 군종교구 식구들과 현장에서 뛰고 있는 군 법사님들이 이뤄낸 결과입니다.
군종교구 예산도 처음 교구 설립 시 4~5억 원 정도였으나 올해 예산은 만인동참 등 기부활성화로 14억 7천여만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2009년 예산은 대략 26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2008년이 온다 해도 이만큼은 이룰 수 없다고 여길 만큼 열심히 뛰었습니다.
▲올해 군종교구가 구상하고 있는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사람들은 나보고 군종교구 기틀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교구장으로 늘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웃음) 올해 군종교구 최대 불사는 아무래도 논산훈련소 중창불사가 될 것입니다. 군에서는 각 지역에 소재한 신병훈련소를 없애고 논산훈련소로 통일하는 이른바‘2020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2013년까지 모든 신병훈련은 육군훈련소에서 이뤄집니다. 군종교구는 논산훈련소에 5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법당을 2010년에 시작해 2013년에 완공하고자 올해부터 기금마련에 나설 예정입니다.
▲기금마련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군종교구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선 기부 증대가 필수라고 여겨집니다. 현재의 기부활동에 대해 만족하시는지요?
지난해 과천 선정사 주지 영진스님이 군종교구에 발전기금 10억 원을 내 놓으셨습니다. 물론 개인적 친분이 있었지만 과거와 달리 종단 스님들이 군 포교 발전이 불교의 미래라는 인식은 확고해졌습니다.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처럼 군종교구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교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암자나 사찰 스님들도 알게 모르게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교구장으로 일하면서 지금까지는 군 포교 발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스님들에게 인식시키는데 매진했습니다.
▲군종교구 출범 이후 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군종교구가 생기고 난 후 가장 큰 변화는 현장 지휘관들입니다. 과거에는 자신이 불자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군종교구가 출범한 후 당당하게 불자임을 드러내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병들 한명 한명도 소중하지만 지휘관이 불자로 활동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군 조직에 재정확보보다 불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것이 군종교구 출범 후 확연히 달라진 현장의 모습입니다.
▲군종교구 발전에 바로미터가 될 논산훈련소 중창불사를 소개해주시죠.
개신교는 이미 논산훈련소에 대형 교회를 확보했고, 천주교에서도 기금마련을 끝내고 올해 매머드 급 성당이 완공됩니다. 우리도 논산훈련소에 5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법당을 구축해야 합니다. 부처님오신날 전후로 해서 우선 논산훈련소 중창불사 발대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교구에서는 불사추진 예산을 대략 80~10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필요 예산은 종단 및 조계종 교구본사 지원과 기업체 후원, 관련 기부 등으로 충당하고자 합니다. 나를 포함한 군종교구와 소속 법사들도 일정부문 불사 기금 마련에 동참하기로 결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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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포교를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들 합니다. 우리 불교가 포교활동을 하면서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신병 100명중 50명은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50명을 두고 각 종교들이 치열한 포교를 펼치고 있지요. 솔직히 비 종교인들에게 큰 신앙심을 요구할 순 없습니다. 이들은 아무래도 종교시설, 먹거리 등을 가지고 종교를 선택합니다.
시설 및 먹거리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장점은 장병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민족 정서상 무종교 장병들은 무의식적으로 불교와 가깝습니다. 불자 장병들은 조그마한 일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법사님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인생과 사회의 주인공으로 활동하는 불자장병들이 든든합니다.
▲군종교구 이야기만 열심히 했는데요, 스님 개인적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늘 처음처럼’이란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환경이 변했다고 마음이 변하면 안됩니다. 물질이 아닌 마음이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입니다. 가끔 지인들이 좋은 문구를 써달라고 하면 저는 꼭‘廻光返照(회광반조)’를 전달합니다. 늘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에 간이식을 받아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아마 제가 스님이었기에 살았지 일반 회사원 같았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죽을 운명인데 부처님 덕분에 다시 살아난 내가 남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덤으로 남은 인생이기에 내 몸 아끼지 않습니다.
스님은 일반인과 틀려야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인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참는 겁니다. 일반인들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스님은 다릅니다. 남을 일깨우려면 내가 진정성을 가져야 합니다. 늘 뒤돌아 보는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끝으로 불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삶이 퍽퍽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과소비를 즐기며 흥청망청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자기보다 힘든 사람들을 살피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오유지족(吾唯知足)’이라 하지요. 남이 아닌 내 분수를 알고 내가 만족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힘든 세월을 이겨나기 위해서는 단합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다 주고 떠나는 소처럼 불자들도 우직하게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김치중 기자
● 일면스님은
스님은 1959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명허화상을 은사로 득도했다. 이어 스님은 1967년 자운율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수계했다. 해인사승가대학 및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했고, 조계종 제9~13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했다.
1999년 조계종 제3대 교육원장, 2001년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를 지냈다. 현재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과 학교법인 광동학원 이사장, (사)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소임을 맡아 군 포교·교육·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