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출범 3주년 맞은 군종교구장 일면스님
7월23일은 군종교구가 출범한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2005년 당시 총무원장 법장스님은 초대 군종교구장에 봉선사 주지와 교육원장을 역임한, 종단의 중진인 일면스님을 임명했다. 스님은 하지만 자신은 적임자가 아니라며 사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몸이 불편해 입원했던 법장스님이 갑자기 입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되돌려 줄 곳이 사라져버렸다. 신임 총무원장 선출 문제로 종단이 어수선 하던 9월25일 스님은 초라한 취임식을 갖고 군종교구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사명감이 저의 가장 큰 욕심이죠”
‘70% 군법사, 군종교구 있어 좋다’ 반응
40년사 발간해 정체성 확립에 ‘최선’
교구장 임기는 4년이다. 흘러간 3년보다 남은 1년에 더 방점이 찍히는 세월이다. 이제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하고 미진한 점을 보완할 때다. 군종교구는 한마디로 군대로 이루어진 교구다. 군법당, 군승, 군신도가 구성원이다. 그 대표자가 군종교구장이다. 군종교구가 결성된 곳은 불교를 비롯 천주교 원불교가 있다. 기독교는 여러 종파가 연합해 하나의 교구로 묶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군종교구 이전에 군불교 위원회가 잠시 존재했고 그 보다 훨씬 오랫동안 군승단이 조계종 군승들을 대표했다. 하지만 군승단은 군법사들만의 모임이다. 적어도 조직 대 조직이 연관된 흔적은 없다. 교구는 다르다. 그 상징적 사건이 군종교구 출범 이듬해 전 군법당에 걸린 종정예하의 교시와 사진이다.
군종교구가 조계종 소속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굳이 교시를 게시하지 않아도 군승들은 조계종 승적을 지닌 성직자며 파견 주체도 조계종단이다. 그런데도 조계종임을 분명히 한 것은 실질적으로 종단과 군승들이 ‘따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교구는 이들이 명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한 몸임을 제도화 시킨 셈이다.
<사진> 군종교구가 출범 한지 3주년을 맞았다. 교구장 일면스님은 군종교구의 토대를 마련하기위한 불사를 마무리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그래서 초대 교구장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하고 긴요한 과제는 제도라는 형식에 맞는 내용물을 채우는 작업이었다. 지난 16일 스님이 회주로 있는 남양주 불암사에서 3주년을 맞는 소회를 들었다. 1년을 남긴 지금 내용물은 충실히 채워졌는가.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70%의 군법사들이 교구가 있어서 좋다고 한다” 그 예로 수련회에 참가하는 군승들의 비율을 들었다. “그 전에는 절반 가량만 수련회 등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전역을 앞두거나 병가자, 해외연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참석한다” 실제로 그렇다. 수련회나 안거 등에서 만난 고참 법사들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군법사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교구가 생기기 전에는..’ ‘교구가 생기기전’ 군법사들은 개별화된 존재들이었다. 불사를 해도 혼자 책임져야 했으며, 혼자 고민하고 해결했다. 종단은 파견만 해놓고 관리나 지원을 하지 않았다. 장기복무자들은 진급에 매달렸다. 오직 자신의 노력과 수고만이 미래를 보장했다. 그렇게 30년을 넘겼다.
소령 이상 고참들은 그 습이 몸에 배었다. 그 때문에 법사들 사이에서는 교구를 불편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 때문에 출범 1,2년차는 많이 힘들었다. 교구 종무실과 법사들 사이에 갈등도 있었다. 일면스님은 “처음에 군에 대해 잘 몰라 경험 있는 분들에게 맡겼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지만 잡음도 일어났다. 모두 초기 교구가 정착해나가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한분은 참으로 능력도 많고 추진력도 좋았다. 그 분으로 인해 교구가 초기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종교구가 출범하면서 군도 변하고 종단도 변했다. 군은 자신들이 조계종 소속임을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그로인해 천태종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도 있었지만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 젊은 법사들 사이에 구족계를 수지하는 비율이 급속히 늘어난 것도 한 현상이다. 종단과 사찰은 조계종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또 하나의 가족’이 있음을 알게됐다. 일면스님의 말이다.
“비구니 스님들 중에는 군법사님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있더라”
그만큼 군과 군법사들에 대해 무관심 했다는 뜻이다. 지금은 많은 스님과 사찰이 군법사들의 노고를 알고 지원한다. 일면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이 특히 지원을 많이하는데 비구니 회장 명성스님은 비구니 스님으로는 최초로 훈련소에서 수계를 하시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수불스님은 매달 천만원씩 지원하는 것을 비롯 육군훈련소 군법당 건립에 1억원을 약정하고 해마다 억대의 지원금을 보내준다. 현성스님과 한마음선원도 고마운 분들이다” 종단도 년 2억5천만원 씩 가장 많이 지원한다.
교구 출범후 종단 각 사찰 스님들의 지원이 급증하면서 군법당 불사는 이제 ‘개인플레이’에서 교구차원으로 격상됐다. 해마다 군법당 건립 예산이 책정된다. 일선 부대로 나가는 지원액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일면스님은 “신참 법사들이 근무하는 연대급 부대에 지원을 집중된다. 그 전에는 관심 사각지대였다. 30만원의 활동비가 나가고 주기별로 초코파이도 보내준다” 이런 점도 달라졌다. “전방에는 스님들을 모시기 힘들다. 자기들 끼리 수계법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교구가 생기고 지역 스님들을 초빙하고 합장주 수계첩 등도 지원한다”
무엇보다 군인과 그 가족들의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전방에 다녀보니 지휘관이나 참모들이 자신이 불자라는 것을 당당히 드러낸다. 그전에는 잘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지휘관은 자기 부대가 아닌데도 일부러 찾아와 안내 까지 하며 불자인데 참석못해 죄송하다며 인사를 건네오기도 한다”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진한 점도 적지 않다. 스님은 몇가지를 꼽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타종단의 군승 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이다. 비구니 스님들의 군법사 진출도 첫해부터 공을 들였는데 성사되지 못했다. 교육관을 마음 껏 짓지 못한 것은 참으로 가슴아프다. 법당은 그런대로 있는데 교육관이 거의 없다. 전방에 가면 ‘스님 교육관 지어 주세요”하는데 돈이 없어 지워주지 못하는 점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 새로 들어온 원불교는 교육관에다 인터넷 시설 까지 갖춰놓고 장병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우리도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하는데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겁다“
남은 1년간 중점을 둘 사항은? “군포교 40년사를 발간해 군승의 정체성을 밝히는 작업과 장기간의 포교 전략을 마련하는 중에 있다. 가을에는 첫 군음악제를 열 계획이다. 육군 훈련소 새 법당 마련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17사단 9사단 등 현재 진행중인 불사도 원만히 마무리해야한다”
스님의 일 욕심이 끝이 없다. 군포교와 군종교구 정착을 위해 지난 3년간 정신없이 달려온 것 처럼 남은 1년도 쉴 날이 없을 듯 하다.
스님이 끝으로 군법사들에게 말했다. “교구가 생긴지 3년이 흘렀다.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파악도 했다. 한번 힘을 모아서 더 잘해보자. 누가 알아주든 관계없이 사명감을 갖고 하자”
남양주=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