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초대 군종교구장 일면스님이 교구장에서 물러난다. 일면스님은 6월 8일 군종교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구장 소임 사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면스님 임기는 오는 7월 25일까지다.
일면스님은 “교구장 소임을 맡아 임기동안 최선을 다했다”며 “후임 교구장께서 내가 부족해 하지 못한 일들을 잘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면스님은 이어“교구장 소임을 맡은 후 재임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대신 교구장 소임을 맡은 동안 미련없이 일을 하자고 다짐했기에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를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99% 마음을 먹어도 1% 때문에 일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람 일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며 “군종교구장 일도, 총무원장 선거도 인연 따라 되지 않겠느냐. 종단에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다”고 언급을 자제했다.
교구장 소임에 대한 소회도 나왔다.
스님은 “솔직히 종단에서 그동안 군승을 파견해 놓고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의지할 곳 없이 그동안 개인 활동을 펼쳐온 군법사들을 교구를 통해 한데 묶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교구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종단에서 군 포교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군 포교를 위해 선뜻 나서는 스님들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군 포교와 관련 종단스님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교구본사 주지회의를 통해 본사 주지스님들이 수계법회에 참석하겠다고 결의까지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해 많이 섭섭했다”고 토로했다.
△각 종단 군승 참여 △군승 결혼 예외조항 삭제 등 현안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스님은 “각 종단 군승 파견과 관련해 임기 초부터 열정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종단에서 아직까지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아 임기내 매듭을 짖지 못했다”며 “이와 함께 비구니 스님들을 군승에 참여하고자 노력했지만 비구니회측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군승 결혼 예외조항 삭제와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30여 년전 왜 종단에서 군법사들이 결혼을 해도 상관없다고 했겠는가?”라며 “잘잘못을 가릴 수는 없지만 충분한 대책을 세워 일이 진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평생 스님으로 사신 분들이 군에 와서 악착같이 군 포교를 할지 걱정이 되고, 동국대 불교대학생들의 지원도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군승 정원을 다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후임 교구장 선출과 관련해 스님은 “전 포교원장이였던 도영스님을 거론하는 분들이 많아 직접 알아보니 도영스님께서는 뒤에서 돕겠다는 뜻을 전하더라”며 “군법사 출신이든 종단 중진 스님이던 간에 장단점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교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이 간절하신 분이 오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임기내 추진했던 계룡대 교육관과 논산훈련소 법당 중창불사 등 군종교구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쉽다”며 “하지만 이 또한 후임 교구장께서 잘 처리 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군종교구는 6월 10일 오후 3시 교구에서 상임위원회를 열어 후임 교구장을 선출한다. 교구 측에서는 “당일 위원회 위원들이 추천하는 인사들을 상대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신임 교구장을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단 및 교계에서는 신임 교구장 후보로 도영스님, 자광스님, 원우스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군종교구에 정통한 한 인사는 “몇 명 스님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후임 교구장으로 확실하게 드러난 인사가 없다”며 “군종교구와 종단에서 생각하는 인사가 다를 경우 이외의 상황이 전개될 수 도 있다”고 전했다.
군종교구 상임위원회는 군종교구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당연직으로 지정된 총무부장 기획실장 재무부장 교육부장 포교부장과 총무원장이 추천한 5인의 위원, 육해공군 상임법사와 군종교구 추천 6명의 위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단 측 위원과 법사 및 교구 측 위원 수가 대등하기 때문에 이러한 추측도 가능하다. 일면스님이 1%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교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주간불교> 김치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