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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사 회주이신 일면 큰 스님께서 예비 목회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교특강을 진행했다.
일면 스님은 9월11일 삼육대 신학관 대학원 소강당에서 신학대 학생 70여명을 대상으로 불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강연은 삼육대에서 ‘아시아 종교’ 수업을 맡고 있는 마승우 교수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일면 스님은 “서로 종교는 다르지만 인류 보편의 지혜를 구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즐겁게 교류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포문을 열었다.
스님은 이어 출가인연을 풀어놓았다. 스님은 “800명 목숨을 앗아간 1959년 사라호 태풍이 고향 경주를 휩쓸고 간 뒤 폐허가 된 마을에서 탁발하는 스님을 운명적으로 마주쳤고 무작정 따라나섰다. 경전공부, 밥 짓기, 빨래 등 고된 행자생활이었지만 출가를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부처님 가르침은 목마른 가슴을 단비로 적시고, 생의 이정표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학생들 역시 목회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잊지 못할 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불교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학생들에게 스님은 중국 당나라 시인 백낙천과 도림선사의 일화를 들어 설명했다.
“백낙천이 도림선사를 찾아가 ‘불교의 대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스님은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라고 답했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는 뜻이다. 백낙천이 ‘그런 것은 어린 애도 다 아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스님은 ‘세 살 어린애도 다 알지만 여든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님은 ‘착하게 살자’의 해석에 대한 양 종교의 근본적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스님은 “기독교에서는 이 세상을 하나님이 창조한 창조물로 보는 데 불교는 모든 것은 이루어지는 상태로 본다. 이를 ‘성주개공(成住改空)’, 즉 존재하는 것은 모두 변한다는 뜻이다. 세상 만들은 성했다가 쇠하면서 허물어지기 때문에 모든 것은 공(空)하다. 영원한 것은 ‘진리’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영원한 자유의 길은 참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모든 생명체는 일생동안 자유롭고 행복한 것을 원한다. 참선은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종교가 불교가 아니어도 참선 할 수 있으니, 종교를 구분하지 말고 잠들기 전 5분만 앉아서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말실수로 남을 아프게 한 것은 없는지 돌아보자”고 말했다.
학생들은 참선할 때 잠과의 사투를 벌였던 스님의 이야기에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강연 후에는 참선과 명상의 차이점, 목탁을 치는 이유, 왜 부처님께 절을 하는지, 불암사 신도는 몇 명인지, 스님이 되는 과정, 스님의 일과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특강 두 시간이 아쉬운 듯 스님이 강의실을 떠날 때까지 함께 사진을 찍고 합장하며 배웅하기도 했다. 일면 스님은 “타인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