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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0년 전으로 돌아가도 공양주 삶 택할 겁니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평화롭고 행복했던 42년 세월…
청정한 몸가짐으로 내 소임에 노력 정성 다하면 그 뿐
“세상일처럼 음식도 즐겁게 지어야 간도 맞고 맛도 좋아”

우담화 보살이 남양주 불암사 대웅전 앞에 섰다. 일흔여섯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다. 그녀는 “오로지 내 사는 곳이 부처님 도량이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말했다.
우담화 보살이 남양주 불암사 대웅전 앞에 섰다. 일흔여섯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다. 그녀는 “오로지 내 사는 곳이 부처님 도량이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말했다.

“40년 세월 잠깐이야. 절에 들어와 공양주로 산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흔여섯…. 자나깨나 스님들 공양 지으면서 절살림 살다보니 한세월 후딱 지났어. 정말 큰 복이죠.”

서른세살, 아직은 세상물정 모를 나이에 절에 왔다. 꼬맹이 3남매를 남편에게 맡겨야 했던 가슴시린 아픔을 보듬고 들어온 절이다. 아이들이 너무 보고파서 남몰래 숨어서 울던 날도 많았다. 날마다 이른 새벽 부처님 앞에서 금쪽같은 내 새끼들 엄마 대신 보살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1년 2년 시간이 흘러가는만큼 마음도 단단해졌다.

남양주 불암사에서 42년째 공양주로 살고 있는 우담화 보살(본명 김문자). 그녀가 불암사에 첫발을 들였던 1979년에는 현재 회주인 일면스님의 사형 태정스님이 주지로 있었다. ‘우담화’는 태정스님이 지어준 법명이다. 당시부터 무려 25년간 불암사 중창불사가 이어지는 통에 공양주도 이 일 저 일 가릴 때가 아니었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괴롭지 않았다. 오히려 평화롭고 행복했고 든든했다. “오로지 내 사는 곳이 부처님 도량이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았지요.”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 우담화 보살은 꼿꼿한 허리와 풍성한 머리숱은 물론 이목구비 뚜렷한 미인형에다 고른 치아까지, 누가 봐도 일흔여섯 할머니로 보이지 않는다. 강원도 사투리가 주는 투박하고 건조한 말투도 되레 매력이고 말 한마디 생각 한 토막 어디에도 고집이나 집착이 없다. “고향 친구들 만나면 나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도 구부정하고 비실비실해요. 나는 부처님께서 좋게 잘 봐주셨는지 이 나이에도 관절 멀쩡하고 혈압도 좋고 아픈데가 없다니까요. 호호.”

잘 웃어주고 남 이야기 잘 들어주는 훈훈한 보살님이 공양실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도들은 고맙고 감사하게 여길 것만 같다. “맞아요.(웃음) 법회 때 신도들 많이 오면 경화엄마(우담화 보살 지칭)가 후원에 버티고 있어야 마음 편하고 기분이 좋다고 해요. 제가 안보이면 이상하대요. 경화엄마가 있으면 공양실이 환~하다고…. 내 나름대로 노력하고 사는 부분도 있지만 주변 분들이 그렇게 말해주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그게 참 고맙고 힘이 되지요.”

우담화 보살은 불암사에 살고 있는 사부대중 20여명분 공양을 총괄하면서 제사와 행사음식을 챙길 뿐아니라 대표적인 국과 반찬은 날마다 직접 짓고 회주 스님의 공양을 전담한다. “우리 회주 큰스님은 뭐든 해드리면 잘 잡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절에서 끓이는 된장찌개 두부찌개 호박나물을 특히 좋아하셔요. 된장찌개는 다른데 것은 맛이 없다 하시면서 언제나 칭찬해 주신답니다.”

된장찌개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지만 불암사 된장찌개는 다르다. 비법은 된장에 있다. 1년에 한번씩 메주콩을 한 가마니씩 장만해서 직접 메주를 쑨다. 이 메주로 된장과 간장을 정성껏 만들어 최소 2년을 묵힌다. 2년 이상 묵은 된장이라 발효가 잘 되어서 맛이 깊고 진하다.

“절에 와서 공양주로 오래 살다 보니 이게 다 내 일이고 내 책임이라고 늘상 생각해요. 내 소임에 정성 다하고 청정한 몸가짐으로 공양을 지으면 스님들도 맛있게 잡수고 신도들도 좋아해요. 음식은 잘 드시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즐겁게 만들어야 간도 잘 맞고 맛이 좋아요. 남편 밉다고 부인이 먹든지 말든지 하면서 대충 밥을 차리면 맛이 있겠어요? 하하.”

우담화 보살의 40년 넘는 절생활이 어찌 마냥 쉽고 편하기만 했을까. 

“이 좋은 부처님 도량에서 살면서 몸가짐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면 안되지요. 걸음걸이도 말 한마디도 조심 조심…. 신발을 찍찍 끌고 다녀도 안되고 하고 싶은 말이라고 다 해서도 곤란합니다. 내 자신만을 위한 탐욕을 되도록 포기하면서 모든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야 합니다. 스님들처럼.”

우담화 보살은 40년 넘는 묵은 짐을 싸들고 지난해 불암사를 나왔다. 집이 있는 경기도 구리에서 남양주 불암사로 벌써 1년째 출퇴근한다. 

“40년간 불편한 줄 모르고 잘 살았는데, 이제 늙어서 조금씩 힘들어요. 해우소도 거리가 있고 목욕하기도 좀 불편해서 행여 노인네가 넘어지기라도 해서 폐를 끼칠까봐 겁도 나고…. 출퇴근도 괜찮더라고요. 바깥세상 구경도 실컷 하고 좋아요. 그래도 내 하는 소임은 차질없이 다 하려고 노력하지요.” 새벽 5시면 출근해서 오후 5시가 넘어야 퇴근한다고 하니 정말이지 소임은 차질이 있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우담화 보살은 일흔여섯에야 얻은 ‘작은 자유’에 연신 웃음을 비쳤다. 엄마 없이 자랐어도 나쁜길로 엇나가지 않고 잘 성장해준 3남매가 이제는 모두 가정을 꾸리고 건강한 아들 딸 낳아서 손주들만 해도 여섯명인데 네명이나 대학생이 됐다고 흐뭇해했다. 한달에 한두번 엄마 건강 챙긴다고 아들딸들 모여 산해진미를 차려준다는 자랑도 했다.

평생을 오롯이 부처님 품에서 살았지만 우담화 보살은 그동안 마음 편히 성지순례 한번 가본적도 없고 큰스님 법문을 여유롭게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다른 보살들처럼 법당에 앉아 참선도 하고 스님 법문도 듣고 싶었고 책도 많이 보면서 불성도 키우고 신심도 키우고 싶었는데 그걸 못해 영 아쉬워요. 장보고 제 준비하고 이런 저런 절살림살이 맡다 보면 매일 저녁엔 고단함이 밀려와 잠들기 일쑤고…. 부처님과 오래 살았다 뿐이지 아무것도 남은게 없어요. 어영부영하다가 40년 세월 다 까먹은건 아닌지….”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그녀지만 마음은 넓고 충만해 보인다. “모두 부처님 덕입니다. 누가 공양주 보살로서 삶이 좋았냐고 물으면, 쉽진 않았지만 덕분에 부처님 도량서 건강하게 잘 살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다시 서른셋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이 삶을 택할 겁니다.”

40도를 육박하는 찜통 무더위가 극에 달했던 중복(7월22일)인데, 이런 날씨에는 시원한 콩국수나 냉모밀 같은 음식으로 공양을 준비하겠지 했다. 웬걸. 

“아이고 스님들은 찬 국수나 냉한 음식은 좋아하지 않으셔요. 배앓이 하시고 몸에도 안좋아…. 아무리 더워도 우리 불암사 대중 스님들에겐 뜨신 공양 올려야 합니다.” 참말로 마음 따뜻한 공양주 보살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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